'샘퉁이녀석'
봄이 왔노라고
꽃이 피고 개구리가 우는 동안
산 너머 기회를 살피고 있던 샘퉁이녀석이
덥썩 쳐들어 오고 말았습니다.
그리 맥없이 물러나지 않으리란 것을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이렇게 무례하고
심보가 고약한 넘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만
뭐라고 했다가는 더 비꼬는 심사가 발동할까 싶어 그냥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꽃이 피고 햇살이 좋으면
고운 향기따라 날아드는 벌의 은혜로 그리던 짝을 만나

달콤한 입맞춤을 하고 사랑의 열매를 맺게하는
성스러운 의식이 진행되는데
이 무례한이 얼마나 속이 뒤틀렸으면
스스로 참아내지 못하고 발길질을 해대며
난리법석을 떨고 있을까요?
저리도 성가시게 주변을 맴돌고
고약한 심보를 드러내기까지 하는 걸 보니
저도 속으론 몰래몰래 감추어 어떤 감정을 키우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한없이 따사롭고 향기로운 세상안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감미로운 순간들을
저리도 모질게 훼방놓았으니
가슴시린 아픔으로인해 열매를 맺기가 힘겨운 것에 가슴이 또 아립니다.
그래서 이름도 샘퉁이녀석인가 봅니다.
우리가 얼마나 경멸하는지 아마 저도
똑똑히 보았으니 뒷걸음쳐 물러나고나면
또 안그러기를 바라지만
세상일은 알 수 없으니 경계를 놓지 못합니다.
모진 날들을 참고 또 참아내어
귀한 향기로 피어난 꽃과
간절한 사랑을 이어주는 꿀벌을 향해
발길질하는 샘퉁이녀석이나,
묵묵히 제 자리와 소신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 나무와
욕심없이 베푸기만 하는 고운 물결에
난도질을 해대는 밉생이바람이나
제각각 사느라고 성심을 다하고 있는데
이렇듯 무례하고 무모한 훼방질을 놓는
넘들,
반갑지도 마주하고 싶지도 않은 이넘들을 향해
우리는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감정을 소유한 이상
해침을 당하는 입장에서
미동이 없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쓰린 마음을 가다듬어 다시금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여야

가장 적게 손해를 입는 일임을 알고 위안하기에 이릅니다.
제 아무리 장사라 한들
흐르는 시간앞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고
또 결국엔 제 풀에 주저앉고 말 이넘들,
저는 저대로 반기지 않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지만
속으론 갖은 혐오를 동원해 경멸의 눈빛으로 손가락질을 당하는 비참한 신분으로서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는 넘이 되고 만 것입니다.
이름이 좋아 꽂샘이지
꽃이 핀 이후에 찾아오는 이들 추위는
갖가지 과수목과 노지 작물들에게는
아주 흉악한 냉해를 입혀 소득과 시세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불청객입니다.
이른 봄에 찾아오는 추위와 냉해
그리고 잦은 봄비는 말그대로
반기지 않는데도 불쑥 찾아오는 손님인 것이지요.
늘 맑고 푸른 날만 이어질 수는 없듯이
가만히 여유를 즐기고자 하나
바람이 그냥 두지 않으니
어찌 마음대로 다 따라주기만 하겠습니까?
뜻밖의 환경으로 근심이 생기기도 하고
막다른 길이 나타나기도 합니다만
그로인해 스스로 심기를 해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가장 적게 손해를 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임을 알고 있으니
마음 추스리기에 나서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반갑지않은 샘퉁이녀석에게서
반가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